책은 인간이 쓰고 인간을 위해서 쓴다. 책은 인간의 가치를 살리기 위하여 쓴다. 인간의 가치를 살리지 못할 때 책의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또한 책은 삶의 가치를 인식하고 체험하고 체질화하는데 공헌하여 현대적인 문제의 해결을 정확히 내릴 수 있다.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고민은 즐거움의 뿌리라고 오직 외골수로 가치 있게 말한다. 대개 폭군들은 실패한 군주들이 많다. 그래서 이 땅에 내려와 잠시 머물렀던 이들의 삶을 더듬어 봄으로 해서 실패를 거울로 삼아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내자는데 있다. 역사는 ‘되돌아보는 거울(鑑)이며 반성의 도구’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역사서에 자치통감(資治通鑑)이니 동국통감(東國通鑑)이니 하며 거울‘감’자를 흔히 붙인다.
우리의 가슴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얄궂은 역사적 인물들을 뽑아내어, 인생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 반성의 거울로 삼아 행동을 가려서하여 목적하는 바를 쉽게 이루어 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이 폭군이야기는 폭군이라고 하여 폭군만 걸러낸 것은 아니다. 성군인데도 아주 지엽적이나마 현대인의 잣대로 볼 때에는 용서할 수 있는 일을 당시의 시대상과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감정의 기복으로 독한 말을 쏟아냈거나 모질게 일을 저지른 경우도 폭군으로 끼워 넣었으니, 희대(稀代)의 탁월한 성군에게 폭군의 누명을 씌운 감이 들어 무척 죄송한 감이 드나 반성의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부득이 삽입하여 기술하였다.
특히 역사서에 기록된 폭군에 관한 것만 빼어 내도 양이 무척 방대하여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여, 필자가 이를 읽고 핵심 부분을 추려서 필자의 해석을 가미하여, 역사서이면서도 이야기책이기 때문에 감흥을 주기 위하여 이야기 식으로 엮었으며, 풍성한 야사를 끼워 넣어 흥미위주로 지루하지 않게 쓰면서도, 한편 역사서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하여 주요 정사나 야사의 원문을 많이 끼워서 수록하였다.
사실 한 가정의 가장이 주정뱅이에 난봉꾼으로 가사를 돌보지 않는다면 한 가정만 망치지만 인군이 3천 궁녀 품고서 나랏일을 돌보지 않는다면 한 나라를 망친다. 폭군들의 호화 방탕한 생활은 측근 인물들을 모질게 살아가게 했거나 피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고, 백성들의 피와 땀을 기름 짜듯 했으며, 산 사람의 고혈을 짜내고 가죽을 벗기는 착취를 한 폭군의 최후는 결국 피는 피로 씻는 경우가 많았다.
하늘의 명령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하나 폭군은 그냥 바라보지 않고 저승사자에게 딸려 보내, 백성들의 편안한 생활을 도모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니 하늘은 무척 공정했으나, 하늘은 신하의 심장을 난도질 쳤어도 백성들을 하늘로 우러러 본 폭군만큼은 용서한 것을 보면 하늘의 공정함에 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예로 중국의 당 태종은 친 형제와 조카들을 발톱을 곤두세우고 모두 도륙(屠戮)하고 생부를 쫓아내며 사람 죽이기 시합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황제가 된 막가파 괴물인데도, 백성들을 하늘로 봤기 때문에 몇 만이나 되는 궁녀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백성들을 배부르게 먹이고 편안하게 살게 하여 정관의 치를 구가(謳歌)했다.
폭군이야기를 씀은 지도자의 위치가 과단성이나 폭력과 위압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 위함이고, ‘큰 간신은 충신 같고 큰 사기꾼은 정직한 사람 같다’는 말이 있다. 이런 인물조차 가려내지 못하면 폭군이 되기 쉽다.
임금의 위치에 있으면 신하들이 상의 호감을 사기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치켜세우는 일이 허다한데, 이것은 간신이 흔히 사용하는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충언인 것 같으니 폭군이 흔히 좋아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로우니 주로 이런 말은 충신이 사용하는 말이고 성군이 잘 듣는다.
성군이야기도 좋지만 폭군의 단순한 반추(反芻)가 아니라 폭군의 패사(敗史)에 눈을 감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얽히고설킨 복잡한 현대와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엉킨 실타래 같이 꼬인 난제를 속히 풀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되어 우선 폭군이야기를 썼다.
사람이란 자신의 마음을 과거의 거울을 통하여 들여다보는 슬기로운 지혜가 있다. 신기루 같은 꿈이 아니고, 은근히 자신도 모르게 앞일에 희망이 보여 가슴 뿌듯해지는 꿈을 품으면 고생도 낙이 될 수 있다. 큰일을 이루는 사람들이 고생을 낙으로 삼고 일을 추진하면, 대망을 이루기에 앞서 자신을 내다보는 미래가 자기도 모르게 어렴풋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폭군의 눈에는 그런 미래가 통 보이지 않으니 놀부가 멀쩡한 제비 다리 생으로 부러뜨리는 식으로 난폭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 같다. 세상만사는 복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줄 알고,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단순한 이치도 폭군들은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것 같다.
폭군은 오히려 큰 땅을 움직이는 나라에 더 많았다. 지금은 비록 중국 땅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가 되찾아야 할 땅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의 초, 중기 군주 중에 폭군이 더 많았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강대국 틈에 끼워져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하다 보니 갈등과 스트레스가 더욱 쌓였던 까닭일까?
거듭 쓰지만 역사란 ‘반성의 도구이며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연산군이 다시 환생하여 왕이 된다면 그 못된 버르장머리를 다시 되풀이하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난폭한 짓을 하다가 쫓겨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짓을 안 할 것이다. 반드시 바른 길을 가리라고 생각된다. 이런 연산군의 바뀐 생각을 책을 통한 경험으로 생각을 바꿔, 이런 바뀐 생각을 바탕으로 올바른 길을 가자는 데 폭군이야기를 쓴 목적이 있다.
끝으로 이 책을 쓰는데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구하여 주고 마지막 정리를 하며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창원경상대병원에 근무하는 가돈(家豚)의 도움이 컸음을 알립니다.
주요저서;
읽을거리만 뽑은 연산군일기
조공녀 기황후
백성을 하늘로 본 정도전
난세를 슬기롭게 극복한 류성룡
태종 이방원
폭군이야기 상권
대원군과 명성황의 도전과 응전